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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밴드 코가손
작성자 onemorebag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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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920

반 년 정도 클래식 기타를 배워본 적이 있다. 통기타보다 줄이 부드러워 손은 덜 아팠고, 연주를 하는 행위도 퍽 재미있게 느껴졌지만, 도통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피아노처럼 한 음, 한 음을 쳐야 하는 클래식 기타의 곡은 몇 마디 외우기도 벅찼다. 이때부터였을까, 나에게 음악은 동경의 대상이자 좌절의 벽이 되었다.
'합주실이 좀 누추해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신촌으로 향했다. 저녁의 습기가 섞인 축축한 담배향을 맡으며 지하로 들어서니 꽤 근사한 창작의 현장이 펼쳐졌다.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는 악기와 마이크 스탠드 등이, 쉬지 않고 소리 내는 그들의 일상을 대신 티내주었다. 인디밴드 역시 나에겐 막연한 미지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독립'이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수많은 생각과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 감정의 냄새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연인의 것과 같이 닮아있었다.

멤버 소개
김원준(이하 김) - 보컬, 기타
이경환(이하 이) - 베이스
권우석(이하 권) - 드럼

-


밴드 소개를 부탁해요.
저희는 기타 팝 밴드 [코가손]이라고 합니다.

기타 팝은 어떤 장르인가요?
락밴드는 기타 리프 같은 연주가 중심이 되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에 비해 저희 음악은 멜로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도 기타가 메인이라 기타 팝이라고 불러요. 굳이 말하자면 그런 거고, 이젠 장르의 벽이 많이 허물어져서 정확히 분류하는 것 자체가 좀 애매해요.

[코가손]이라는 이름은 동요 가사에서 나온 거죠? 무슨 뜻인가요?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친구와 술 한잔 하다가 [코끼리 손]이 어떠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보다는 [코가손]이 나을 것 같더라고요.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봐도 마음에 들어서 결정했어요.

각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결성된 걸로 아는데.
김 - 가장 최근에 활동했던 밴드는 [서교그룹사운드]였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포니]에서도 활동했어요.
이 - [얄개들]에서 기타를 쳤었고, 지금은 [푸르내]에서 기타를 치고 있어요. 우석이가 제안해서 [코가손]에서는 베이스를 맡고 있죠.
권 - 베이스와 드럼은 구하기 어려워서 '금드럼', '은베이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예요. 냉면 먹으러 가는 길에 베이스 자리를 제안했는데 냉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 기타만 치다가 베이스도 해보니 새롭고 재미있어요. 원래는 기타를 하고 싶었는데, [코가손] 음악에는 원준이 기타가 더 잘 어울려요.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김 - [이소라의 프러포즈]를 보면서 세션맨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엄마가 기억하시고 통기타랑 교본을 생일 선물로 주셔서 고등학교 때 처음 치게 됐어요. 지금은 별로 안 좋아하세요(웃음). 회사에 다니다가 제 시간을 갖고 싶어서 그만 둔 상태거든요.
권 - 중2 때 관심이 생겨서 교회에서 치곤 했어요. 할아버지가 새 할머니 꼬실 때 정자에서 북을 치셨다고 해요. 큰아버지도 사물놀이패에 계시고. 타악기 유전자가 있나 봐요. 엄마는 제가 뭐라도 하고 싶다고 하면 굉장히 좋아하세요. 배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할아버지 반대로 포기하셨거든요.
이 - 전 친구가 기타 학원에 가자고 해서 끌려갔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설탕물]이라는 스쿨밴드(얄개들의 전신)를 했는데, 공연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니까 재미가 붙더라고요.

실제로 학교 축제 때 관심받는 게 좋아서 악기를 시작하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 인기에 끌려서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코가손]은 언제 데뷔했나요?
첫 공연은 작년 4월에 했어요. 2년도 안 됐네요. 첫 EP 앨범 발매는 올해 3월에 했고요.

2년 동안 어땠나요?
권 - 생각보다 잘 풀렸어요. 즐겁게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 해봐요. 그 전에는 조급함에 치이고, 멤버들간의 연대가 그리 끈끈하지도 못했거든요.

밴드는 연대감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하죠. 음악적으로 잘 맞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멤버들끼리 잘 맞아야 돼요. 밴드 하기 전에 알던 사람도 막상 작업하면서 부딪히는 일이 많거든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밴드의 요령이란 게 있을까요?
밴드들이 해체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항상 힘들지만 서로 의지하고 인내하는 건데, 하나가 무너지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요. 슬럼프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 같아요. 성장은 계단식으로 하잖아요. 한 번 벽을 뛰어넘었다가도 오랫동안 인내해야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뭐든 나아지는 것 같아요.

소개해주고 싶은 곡이 있나요?
김 - 요즘 라이브 할 때 [좋은 하루]라는 곡이 신나더라고요. 다른 곡들보다 직설적인 사우드를 갖고 있고, 펑크 느낌도 살짝 나거든요. 앞으로 저희가 나아갈 방향의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권 - 최근에 네 곡이 나왔는데 다 마음에 들어요. 아직 가사를 써야 해서 발표는 안 했지만, 저희의 느낌이 잘 나는 곡들인 것 같아요. 셋이 인간적으로도 잘 맞지만, 합주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곡들이 많이 나오곤 해요. 이 곡들은 내년 초에 발매할 정규 앨범에 실릴 예정이에요.

[코가손]의 아이덴티티는 뭔가요? 경쾌하고 친근한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것보다는 내추럴한 걸 좋아해요. 그리고 치열하게 기술을 보여주기보다는, 다소 러프하고 루즈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덴티티를 정의하자니 참 어렵네요. 아직은 저희 색깔을 찾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팬층은?
주로 어린 친구들이에요. 대학생들.

인디씬이 보다 대중화된 것 같아요.
피부로 와 닿을 정도는 아니에요. 10년 전보다야 대중화됐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어쩌면 그때의 홍대가 더 활발하고 다양했다고 볼 수 있죠.

버스킹 문화는 활발해 보이던데요.
저희는 버스킹을 좋아하지 않아요. 인지도를 노리고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음악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유명한 팝송을 부르는 정도예요. 인디 음악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길가다 잠시 귀가 즐거울 수는 있겠지만, 밴드 입장에서는 재미없어요.

밴드는 이래야 한다,라는 주관적인 기준이 있다면?
창작자로서 음악적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하겠죠? 그런데 요즘 들어 해외 밴드를 베끼는 밴드들이 보여요. 오마주가 아니라 코스프레 수준이에요. 저희도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들으니까 합주를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음악이 나올 때가 있는데, 거기에서 선택을 해야 돼요. 우리의 것으로 재창조하느냐, 혹은 버리느냐. 그런데 어차피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그냥 쓰겠다는 밴드들이 있어요. 이건 인디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밴드가 잘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미 검증된 음악을 하는 거니까.
아직 [코가손]이 개성만점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색깔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이건 끝없는 노력이 될 거예요. 유행과 상관없이 꾸준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꼭 기회가 오더라고요. 어차피 트렌드라는 건 너무 빨리 지나가고,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때가 오는 것 같아요.

인디문화는 자연스럽게 접하기보다는 관심을 가져야 알 수 있는 문화인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선택적으로 인디밴드가 된 것이지만, 요즘 비주류가 주류로 넘어가는 과정이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긴 해요.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지만, 저흰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거지 경연을 하고 싶진 않아요. 외국에서는 인디밴드가 라이브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고 다양해요. 일상에 고루 퍼져있는 문화고, 대중들도 더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죠.
유통구조도 엉망이에요. 얼마 전에 대기업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광고에 '넌 아직도 돈 내고 음악 듣니?'라는 카피를 쓴 거예요. 음악이든 그림이든 글이든, 누군가가 땀 흘려 만든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하는 것에 너무 익숙한 사회죠.

최근에 기사를 하나 봤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가 많아진 인디밴드가 있는데, 한 달 동안 7천 건이 넘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는데 만원도 못 벌었다는 거예요.
분명한 문제이지만, 시장의 흐름을 당장 바꾸기는 어려워요. 아티스트들이 먹고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최근 들어서는 대중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나 [굿-즈] 같은 행사를 보면, 창작물을 소유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행위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LP를 모으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밴드도 굿즈를 만드는데, 공연이 끝난 후에 그걸 사려고 줄을 엄청나게 서더라고요.

그래서 [코가손] 천가방을 만드신 건가요?
수익보다는 홍보를 위해 만든 거예요. 처음에는 저희가 만들었는데, 원모어백에서 제작하면서 퀄리티가 좋아졌어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수량이 될 것 같아요.

밴드에 로고가 있는 게 일반적인가요?
외국에는 많이 있어요. 요즘에는 우리나라에도 간간이 보이고요. 저희 로고는 [오디너리 피플]이라는 디자이너 친구들이 EP 앨범 디자인을 하면서 만들어준 거예요. 로고의 선들이 삐뚤빼뚤하고 제대로 맞닿는 부분이 없는데, 디자이너들에게는 이런 시안이 굉장히 괴로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래서 멋있는 거라고. 아, 이 로고가 저희 밴드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인지, 요즘 들어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은 것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은 것도 완벽주의의 산물이죠.

연말 계획은?
12월 26일에, 합정동 [1969]에서 단독 공연을 해요. 올 한 해를 정리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저희를 좋아해주신 팬들에게 보답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유니클로 감사제 같은 거 있잖아요. 코가손 감사제.

어, 그거 괜찮은데요.
어, 코가손 감사제. 그걸로 해야겠어요.

다음 달, [클럽 빵]에서 컴필레이션 앨범이 발매된다. 총 세 장의 시디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시디의 첫 번째 트랙으로 [코가손]의 곡이 실렸다며 기쁨과 고마움이 뒤섞인 자랑을 했다. 묵묵히 가는 길을 밝혀주는 작은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 수량까지 판매하면 더 이상 에코백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는 말에, 사랑받는 인디밴드로써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상으로 나오니 어둑어둑해진 저녁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뭘 하지? 잠시 고민을 하다 홍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친구를 만나 뜨끈한 우동을 먹는 중에, 연말에 뭐 할 거냐 묻길래 대답했다. 합정동에서 놀 거야.

interviewee밴드 코가손 / facebook /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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