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PEOPLE

PEOPLE

갤러리입니다.

게시판 상세
interview / 키티버니포니
작성자 onemorebag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6-08-26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554

키티, 버니, 포니.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취향에 비해 조금 많이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라임이 마음에 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제품들은 이름만치 귀엽지는 않았다. 작은 여우가 여럿 수놓아진 쿠션이 있었는데 '귀엽다'라는 한마디 표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었다. 하양, 파랑, 검정의 스트라이프 파우치가 눈에 들어와 하나 구매했다. 친구들을 만났는데 셋이 같은 파우치를 들고 나와 웃어버렸다. 생일인 친구는 키티버니포니의 탄탄한 소풍 가방을 받고 싶어 했다. 결혼을 앞둔 친구는 온통 키티버니포니로 침실을 채울 기세였다. 정신 차려 보니 키티버니포니 가방, 테슬, 브로치 따위가 내 집 안 곳곳에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키티버니포니는 한국의 대표적인 패브릭 디자인 브랜드가 되었어요. 그래도 아직 생소해하는 분들, 제품으로만 접해온 분들에게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키티버니포니는 2008년에 시작해서 얼마 전 8주년을 맞이한 패브릭 브랜드예요. 아버지가 1994년도부터 [장미 산업사]라는 자수공장을 운영하시다가,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셨어요. 제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출처:네이버 시사상식사전)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버지는 자수만 하셨고 전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던 터라, 제조에 있어서는 까막눈이었죠. 2년 동안 시행착오만 했던 것 같아요. 초기에는 생산에 제약이 많아서 쿠션 밖에 못 만들었어요. 지금은 상품군이 많이 늘었죠. 노하우도 많이 생기고.
커튼, 베딩, 쿠션, 파우치, 주방용품 등 생활에 쓰이는 패브릭 제품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요. 자수공장이 있으니 자수 제품의 비중도 꽤 되죠. 디자인, 생산,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마케팅을 모두 직접 하고 있어서 컨트롤이 보다 수월하고, 유통마진을 뺄 수 있으니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죠.

제일 처음에 만들었던 제품이 기억나세요?
생생해요. 아홉 가지 쿠션을 만들었는데, 그중 세 가지가 동물 모양이었어요. 토끼, 사슴, 펭귄. 브랜드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초기 콘셉트는 동물이었거든요. 그땐 지금보다 귀여운 걸 많이 좋아했어요. 그다음 세 가지는 동물 그래픽을 자수로 수놓은 쿠션이었고, 나머지 셋은 현재 주력으로 하고 있는 기하학 패턴 디자인이었어요.

최근의 제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거의 비슷해요. 특히 기하학 패턴은 많이 유사하죠. 그 대신에 동물이 많이 줄었어요.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의 취향도 변했으니까요. 신기한 것은, 키티버니포니의 첫 구매자들은 꼭 동물 제품을 사요. 아무래도 20대 친구들이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소품으로는 귀여운 이미지가 잘 맞나 봐요.

그럼 키티버니포니의 방향성은 대표의 취향에 달려있나요?
제가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저의 선호도에 맞춰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통일성이 생겨요. 새 제품이 옛 제품과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소품을 샀다고 이미 가지고 있는 걸 버리거나 창고에 처박아놓게 된다면, 그건 쓰레기를 생산하는 행위잖아요. 브랜드가 코어를 유지하려면 결정권자가 바뀌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선호하는 시대나 지역의 디자인이 있나요?
아마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렇겠지만, 바우하우스Bauhaus의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때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본 도형이라든지 선명한 색감을 좋아해요. 반대로 말하면 애매하고 모호한 것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뜻이죠. 빨강, 파랑, 검정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메인 컬러로 사용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적인 컬러예요. 원색 말고도 한복의 단아한 컬러감이 느껴지는 패턴들도 있고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빨갛고 파란 원들을 나열한 것뿐인데 태극기를 연상시킨다고도 하시고.

패브릭의 메리트와 제약이 있을 것 같아요.
메리트라면 유연한 소재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이고, 제약이라면 역시 유연하기 때문에 힘이 없다는 점이에요. 납작한 에코백이나 커튼 같은 제품이야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조금만 형태가 달라져도 보강제가 필히 들어가야 하죠. 소파처럼 어떤 틀에 패브릭을 씌울 수는 있지만 그런 방법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요. 더 이상 패브릭으로 만들 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지만, 혹시 놓쳤을지도 모를 쓰임새들을 찾아서 계속 개발 중이에요.

최근에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콜라보는 계속 해왔는데, 패브릭이라는 영역을 벗어난 건 최근이죠. 키티버니포니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어서 '스튜디오 KBP'를 만들었어요. 1년 정도 밖에 안 된,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그룹이에요.

그 과정에서 새롭게 시행착오를 하고 있나요?
제작에서의 시행착오랄 건 없는데, 대중들이 생소해하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 KBP 홈페이지에 담은 이미지나 영상들이 아트적이고 모호하긴 해요. 티슈케이스에서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 창작자들이나 매체들은 엄청 반기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어려워해요. 재미만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 판매가 이루어져야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어떻게 해야 더 직관적이고 쉽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약 3년 동안은 적자를 각오하고 있어요.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함이지 당장의 수입을 위한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너무 해보고 싶던 일이라 재미있어요. 역시 모르는 분야는 어렵다는 생각도 새삼 들고요.

가장 최근의 작업을 이야기해주세요.
그레이트마이너Greatminor라는 스튜디오와 워터볼 작업을 했어요. 작년에 출시한 헤비 미러Heavy Mirror를 보자마자 함께 일하고 싶었거든요. 원래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인데, 키티버니포니의 이미지에 맞게 볼드하고 컬러풀하게 방향을 잡았어요.
첫 미팅 때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반년이나 걸렸어요. 부자재 찾는 데만 두 달이 걸렸거든요. 물속에 들어가니 색감도, 질감도, 사이즈도 모두 변하는 거예요. 샘플링을 정말 많이 해보았죠. 결과는 만족스러워요. 멤피스Memphis에 한창 빠져있을 때 길종상가와 기본 도형 작업을 했는데, 그때보다 쓰임새가 더 명확해서 그런지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우리나라 디자인 수준이 많이 높아졌어요. 사업을 하면 더 느껴질 것 같아요.
2008년에 아버지가 브랜드를 만들자고 해서 조사해보니 온라인 중심으로 패브릭 제품을 판매하는 숍이 채 50개가 안 되었어요. 자체 디자인을 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죠. 그마저도 꽃무늬나 프릴 투성이었고. 사실 패브릭은 제 분야가 아니어서 불안하기도 했는데, 실정을 보고 나니 되려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시작하자마자 관심을 받고 빨리 클 수 있었어요. 그 뒤로 2년 사이에 패브릭 숍이 500개가 되었고,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아졌죠. 패션 디자이너들이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기도 하고요. 경쟁이 심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덕분에 시장이 커지면서 수준이 높아졌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것들이 짧은 기간 동안 상향 평준화되었죠.

불이 쉽게 붙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 현상에서 잘못된 점이 분명히 있겠죠?
뭐든 시작보다 유지가 어려워요. 저도 시작은 겁 없이 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어요. 직원 수는 2-30배가 늘어났고, 공장도 커졌고, 사옥도 생겼는데, 이 모든 걸 유지하려면 매출이 계속 늘어나야 하죠. 어떻게 해야 새로운 고객들이 찾아오고 기존 고객은 재방문할지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런 각오 없이 시작해버리면 금방 포기하게 쉬워요. 단기간에 사람들을 끌기 위해 단가를 대폭 낮추고, 유행에 휩쓸려 이리저리 치이다가 브랜드가 사라져버리면 소비자는 다시 방황을 시작해야 하죠. 오랫동안 사업하는 사람들도 피해를 보고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나 브랜드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하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죠. 과연 오늘의 소비자가 3년 뒤에도 A/S를 받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해요.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디자인 능력을 키우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요.

버티는 것에 있어서 핵심은 뭘까요?
자신의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 이건 너무 분명해요. 흥미를 잃는 순간 무너져요. 패브릭의 한계 따위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 일이 여전히 재미있어요. 간혹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스스로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제가 이루어낸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것들을 보러 다녀요. 일부러 비싸고 좋은 걸 찾아요. 작년 휴가 때는 태국의 The Siam 리조트에 묵었는데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저보다 더 높고, 아름답고, 오래된 것들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가슴이 뛰어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 들고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영국 소설가)는 [자기만의 방]에서 'No need to be anybody but oneself'라고 했어요. 키티버니포니의 대표가 아닌 김진진은 어떤 자신인가요?
그렇게 자신을 분리할 수 있을까요? 키티버니포니를 만들어오는 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역할이 더 많아졌어요. 아이가 있기 전과 지금의 모습도 다르고요. 일단 브랜드를 정의하는 기준부터 변했죠. 이제는 나 혼자만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어요. 혼자인 시간이야 만들 수 있지만 온전히 혼자인 순간은 없는 거예요. 항상 아이나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조금 크면 다시 나만의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하지만 그럴 필요 없이 가족이 너무 좋아요. 가족이 있는 제가 저예요. 사장은 외롭지만 엄마는 외롭지 않아요.

엄마가 된 후에 무엇이 좋아졌나요?
시간요. 결혼 전에는 야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생기는 순간 모든 스케줄을 아이에게 맞출 수밖에 없어졌어요. 무조건 7시에는 퇴근하고, 주말에는 일을 못 해요. 일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버린 거죠.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다 되는 거예요. 오히려 집중력도 더 높아지고 밸런스가 좋아졌어요. 그동안 참 어리석게 일했구나, 싶었죠.

키티버니포니를 하면서는 어떻게 변했나요?
전 원래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었어요. 혼자 밤새어 고민하고 작업하며 막연하게 스타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이었죠.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현실감이 살아나고 저에게 맞는 자리를 찾게 됐어요. 지금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편해지고,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여행을 다니는 기준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책자에 나오는 관광지만 쫓아다녔는데, 이제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가고 싶은 곳들을 찾아다녀요. 아이가 있으니 공원이나 수영장을 가기도 하고요. 여행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어요.

사소한 것부터 온전한 나의 것이 되어가는군요.
관점이나 취향이 더 뚜렷해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그렇게 되는 듯해요.

미대에는 여학생들이 많은데, 사회에 나오면 남자들의 활동이 더 많아요. 학생들이 여성의 진로에 대해 궁금해하더라고요.
저의 직업에서는 여성으로써의 약점을 못 느꼈어요. 오히려 여자여서 장점인 경우가 더 많았죠.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강해져야 해요. 스스로 여자라고 의식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성별에 대해서는 논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
지은이라는 이름을, 친구들은 진진-이라고 불렀다. 별명으로 남았을 그 호칭을 김진진 대표는 진짜 이름으로 개명해버렸다. 독특해서인지 이름을 바꾸면서부터 인생도 좋은 기운을 품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그래서 아들 이름을 짓는 것도 한참 걸렸다고 말하는 그녀는 대담하고 또 신중한 사업가이자 엄마였다.

인터뷰를 마치고는 간단한 점심을 했다. 치즈 샌드위치와 얼그레이 빙수 사이에서 키티버니포니가 아닌 다섯 살짜리 아들의 미래가 주메뉴가 되었다. 자기가 살아온 것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기대와 걱정을 저울질했다. 하지만 김진진이 추구하는 삶을 놓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가족과 일이 소중하다 한들, 자신을 버려서는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적당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한 그녀는 7시에 퇴근을 했다.

interviewee키티버니포니 http://www.kittybunnypony.com/
interviewer 더콤마에이 thecommaa.com
ARTICLE ALL RIGHT RESERVED
COPYRIGHT (C) ONE MORE BAG, THE, A

키티버니포니

첨부파일 kbp_001.jpg
비밀번호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RECENT LIST

이전 제품  
다음 제품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